일본 국세청, '술은 최고의 약'이라더니 결국 삭제
일본 국세청 웹사이트에 '술은 최고의 약'이라는 문구가 최근까지 버젓이 있었다.
무슨 일?
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본 국세청(NTA) 웹사이트의 '주류 정보' 섹션에 가면 '술은 최고의 약'이라는 구절을 볼 수 있었다. 오래된 속담을 인용한 것이긴 하지만, 문맥상 딱히 반대하는 것 같지도 않았다.
"속담에 '술은 최고의 약'이라는 말이 있듯이, 적당한 음주는 심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. 음주는 스트레스 해소, 혈액순환 촉진, 식욕 증진 등 건강상 이점이 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." 이게 원문이다.
결국 이 문구는 작년 4월에 삭제되었다. 수많은 연구에서 건강에 좋은 알코올 섭취량은 '0'이라고 결론 내린 지 한참 지났는데도 말이다. 심지어 내각부 식품안전위원회가 공식적으로 수정을 요청하고 나서야 움직였다고 하니, 국세청이 썩 내키지는 않았던 모양이다.
세금 걷는 곳에서 왜?
애초에 세금 기관이 술의 건강상 이점을 홍보하는 게 좀 이상하게 들린다. 이유는 1868년 메이지 유신까지 거슬러 올라간다.
당시 일본 정부는 국가 체제를 완전히 바꾸는 데 막대한 자금이 필요했다. 대부분의 세수가 농업에서 나왔는데, 날씨나 병충해에 취약했다. 반면 사케(일본술)는 보관과 운송이 쉽고 안정적인 상품이었고, 정부는 여기에 높은 세금을 매겼다.
20세기 초에는 일본 전체 세수의 약 3분의 1이 사케에서 나왔다. 워낙 중요한 돈줄이다 보니 정부는 사케 산업의 성공에 사활을 걸었고, 1904년에는 재무성 산하에 국립양조연구소(NRIB)까지 설립해 품질 관리에 나섰다.
2차 세계대전 후 정부 조직이 개편되면서 국세청이 재무성에서 분리되었고, 이 과정에서 NRIB와 사케 양조장을 관리하는 전통적인 임무도 물려받았다. 주세 수입이 국가 전체의 1%로 쪼그라든 오늘날까지도, 국세청은 여전히 일본 주류 산업을 지원하고 홍보하는 데 깊이 관여하고 있다. 그냥 늘 그래왔기 때문이다. 미국 국세청(IRS)이 공식 업무의 일환으로 옥토버페스트를 개최하는 셈이다.
요즘 사람들 반응
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'술은 최고의 약'이라는 생각 자체가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. 온라인 반응만 봐도 알 수 있다.
▲ 국세청 완전 알코올 중독자 같네.
▲ 술을 약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마약 중독자처럼 들려.
▲ 술이 몸에 좋다는 건 절대 사실이 아님.
▲ 난 술 안 마시는데 컨디션 아주 좋다.
▲ 저 말이 생겨났을 땐 약이 정말 형편없었나 보네.
▲ 담배는 끊었는데 술은 못 끊겠다. 술이 중독성 더 강한 듯.
▲ 청소용으로는 좋더라.
참고로 '술은 최고의 약'이라는 말은 기원전 200년에서 서기 100년 사이에 쓰인 중국의 역사서 '한서'에 등장한다. 2000년 전 의학에 대해 내가 뭘 알겠냐만은, 그때와 지금의 과학적 이해도는 많이 달랐을 것이다.
